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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의 신(信)] 박경완 "공 3개로 아웃 카운트 3개 잡는 게 최고의 공 배합"

‘야신’ 김성근 감독은 쌍방울 레이더스 사령탑(1996~1999년)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애제자’ 박경완(51) LG 트윈스 배터리 코치를 자주 칭찬했다. “팀 전력 50% 이상 차지하던 선수였다. 특히 투수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리드하는 능력이 탁월했다”라며 말이다. 박경완 코치와 초·중·고교 시절, 그리고 프로 무대에서도 배터리 호흡을 맞췄던 ‘영혼의 단짝’ 김원형 SSG 랜더스 감독은 “(실점) 위기에서 투·포수가 같은 방향성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한데, (박)경완이의 사인에 두 번 고개를 흔든 기억이 없었다. 그만큼 나를 잘 알았던 포수”라고 돌아봤다. 신인 시절부터 박 코치의 리드 속에 성장하며 메이저리그(MLB) 무대까지 밟은 김광현(SSG)은 “박경완이라는 위대한 포수를 만난 건 내 야구 인생 가장 큰 행운”이라고 했다. 지도자·동료의 평가가 박경완 코치가 어떤 포수였는지 설명한다. 그는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고 중 한 명이었다. 영민한 리드로 투수의 능력을 극대화했고, 포구·블로킹·도루 저지 등 포수가 갖춰야 할 기본 능력도 정상급이었다. 1991년 프로 무대에 데뷔, 23시즌 동안 뛰며 우승 반지 5개를 끼었고, 4번이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홈런왕도 두 번 차지할 만큼 타격도 뛰어났다. 2000년엔 이만수 전 SK 감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포수 최우수선수(MVP)에 오르기도 했다. 상황·타자에 맞춰 공 배합 변주 줘야 김성근 감독의 ‘절대 신뢰’를 받던 선수 시절을 돌아본 박경완 코치는 “남들은 부러워했지만, 나는 솔직히 정말 큰 부담을 느꼈다. 감독님께서 투수코치 대신 나와 (투수 운영에 대해) 상의할 때도 있었다”라고 돌아보며 “감독님 물음에 답하기 위해선 내가 명확한 생각을 갖고 있어야 했다. 그러니 머리를 얼마나 많이 싸맸겠나”라고 웃어 보였다. 박경완 코치는 선수 연차가 꽉 찬 베테랑 시절에도 경기 복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는 사우나에 앉아 다음 경기를 머릿속에 그리는 게 스트레스 해소법이 됐다고. 박경완 코치는 얘기를 나눈 레전드 포수 중 유일하게 ‘좋은 공 배합’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명확하게 밝혔다. 그는 “어떤 공이든 3개로 아웃 카운트 3개를 잡는 게 최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투수와 타자 그리고 상황을 전방위로 파악해서 가장 적은 개수로 최대한 많은 아웃카운트를 잡는 게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데이터, 팀 투수의 장단점, 상대 타자의 대응을 두루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 사실 얘기를 나눈 다른 레전드들도 비슷한 생각을 전했다. 박경완 코치의 생각은 조금 더 세밀하다. 그는 “몸쪽 공을 못 치는 타자라고, 눈에 익을 만큼 계속 (공이) 들어오면 못 치겠는가. 투수가 그날따라 포크볼을 잘 던진다고, 포수가 계속 같은 구종 사인을 내면 결국 한 번은 (안타나 홈런을) 맞는다. 그게 야구”라며 “공 배합이 결과론으로 평가받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야구가 확률 게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더 디테일 하게 분석하고 대응해야 한다”라고 했다. 정석·공식을 따라야 할 때도 있지만, 상황이나 타자에 맞춰 변주를 주는 공 배합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는 얘기였다. 박경완 코치는 이해를 돕기 위해 몇 년 전부터 어퍼컷 스윙을 선호하는 타자들이 많아진 추세를 전제로 승부 사례를 예로 들었다. 1사 3루 위기에 빠진 배터리가 끌어낼 수 있는 최선의 결과는 삼진 또는 내야 땅볼이다. 낮은 코스로 공을 던져 땅볼을 유도하는 게 정석이지만, 박경완 코치는 하이 패스트볼로 어퍼컷 스윙의 약점을 파고 들어 내야 뜬공을 유도하는 것도 돌파구라고 본다. 타자의 눈을 현혹하기 위해, 때로는 어퍼컷 스윙을 하는 타자가 강한 낮은 코스를 보여주기도 해야 한다고. 포수가 많이 아는 만큼 타자를 제압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난다는 게 박경완 코치가 말하는 이상적인 공 배합의 핵심이다. 그는 “포수는 바깥쪽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타자가 있어도, 정확히 어느 구속이나 코스에 약한지 꿰고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투수 육성은 포수의 사명감 박경완 코치는 선수 시절 당대 최고의 포수이자, 통산 314홈런을 기록한 ‘거포’였다. 좋은 포수 한 명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몸소 보여줬다. 그런 그조차 "야구는 포수 놀음이 아닌가"라고 물음에 "야구는 (흔히 말하는) 투수 놀음이 맞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타격도 좋아야 하지만, 마운드에 전력이 힘을 갖춰야 강팀이 될 수 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박경완 코치는 투수가 제 실력을 발휘하고, 성장하는 데 포수 역할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투수 관리’ ‘투수 육성’을 사명으로 여겼다. 프로 입문부터 조범현, 김성근 감독에게 지도를 받으며 새긴 야구 가치관이기도 했다. 박경완 코치는 “포수는 특별한 조연 역할을 하는 포지션이다. 투수가 마치 엄마같이 의지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선수 생활을 했고, 지도자인 지금도 후배들에게 그런 조언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호흡을 맞춘 투수가 승리·세이브·홀드를 기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어떤 타자의 타점이 결승타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 그게 포수”라고도 힘주어 말했다. 젊은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을 땐 책임감은 더 강해졌다고 한다. 대체로 경험이 적은 투수들이 패전·추격조로 나서 1군 무대에 적응하는데, 박경완 코치는 그 투수들이 성장해야 팀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젊은 투수는 무실점 등 성공하는 경험이 계속 쌓여야 ‘내 공도 통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생긴다. 상대 팀과의 점수 차가 벌어진 상황이라고 해도, (투수의 성장을 위해) 일단 나부터 집중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전병두·송은범·윤길현 등 2000년대 후반 SK 마운드 주축이 되는 투수들이 저연차 시절 박경완의 배려 속에 성장했다. 물론 사명감만 동기부여가 된 건 아니다. 김성근 감독이 종종 투수 이름을 직접 꺼내며 “투수 한 번 만들어 봐라”라고 당부하면 호기심을 갖고 그 선수를 지켜봤고, 소통하고 조언했다. 박경완 코치는 “직접 표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선수 기량이 좋아지면 ‘많이 컸네’하며 뿌듯했고 나름대로 성취감도 생겼다”라고 했다. 포수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승부를 꼽아 달라고 하자, 박경완 코치는 SK 소속 시절 두산 베어스와의 2008년 한국시리즈(KS) 5차전 9회 말 1사 만루에서 채병용과 배터리를 맞춰 김현수(현 LG 트윈스)를 병살타(투수-포수-1루수) 처리하며 우승을 확정한 순간을 꼽았다. 박 코치는 “(채)병용이가 시리즈 초반, 잘 안 던지던 싱커를 보여줬다. 공이 좋았는데, 만루 위기에서 그 싱커가 생각나서 (김)현수에게 활용한 게 통했다. 타자 스윙 궤적, 공의 궤적이 선명하게 기억 난다”고 돌아보며 “공(채병용 싱커)이 정말 좋았다”라고 했다. 박경완 코치는 자신의 최고의 순간에도 조연이었다. 그는 "때로는 ‘감초’ 역할이면 충분한 게 포수다. 하지만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다 보면, 나중에 돌아오는 것도 있더라”라고 웃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08.0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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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314홈런 레전드 포수의 FA 65억 포수 '홈런 1위 리드'

LG 트윈스 박동원(33)이 올 시즌 KBO리그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다. 통산 314홈런을 날린 '레전드 출신' 코치의 응원과 조언 덕분이다. 박동원은 29일 기준으로 홈런 13개를 기록했다. 지난 7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홈런 2개를 쏘아 올린 뒤 줄곧 선두를 수성하고 있다. 4월에는 25경기에서 4홈런에 그쳤지만, 이달 21경기에서 9홈런을 몰아쳐 이 부문 2위 노시환(9개, 한화 이글스)과 격차를 벌려가고 있다. 프로 15년 차 박동원은 포수로서 수준급 장타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홈런왕을 경쟁할 정도는 아니었다. 2022년까지 1026경기에서 기록한 홈런은 114개. 개인 통산 7차례 두 자릿수 홈런을 날렸으나, 최고 순위는 2021년 10위(22홈런)였다. 박동원은 지난겨울 4년 총액 65억원의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하며 KIA 타이거즈에서 LG로 이적했다. LG는 기존 주전 포수였던 유강남이 롯데 자이언츠(4년 총액 80억원) 이적이 확실시하자, 박동원을 데려와 공백을 메웠다. 박동원은 "처음에는 (유)강남이의 빈자리를 어떻게 메울까 많이 생각했다. 강남이가 워낙 좋은 포수지만,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도 있는 만큼 더 나은 점을 살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박동원이 꼽은 자신의 경쟁력 중 하나가 장타력이다. 이 과정에서 박경완 LG 배터리 코치의 도움이 크게 작용했다. 박경완 코치는 이만수(1983·1984·1985년)와 함께 역대 두 명뿐인 '포수 홈런왕'이다. 2000년 40홈런, 2004년 34홈런으로 타이틀을 획득했다. KBO리그 포수 최다 홈런(314개)과 최초의 4연타석 홈런 기록도 갖고 있다. 박경원 코치는 박동원에게 "너도 홈런왕을 할 수 있다"며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그럴 때면 박동원은 "제 주제를 알아야죠"라고 겸손하게 답한다.단순히 응원에만 그치지 않고, 노하우도 전수했다. 박동원은 "스프링캠프에부터 코치님의 조언 아래 공을 띄워서 치는 연습을 많이 했다"고 귀띔했다. 같은 포지션의 대선배 코치의 조언인 터라 더 잘 받아들여졌다. 박동원은 앞선 2년 동안 뜬공(188개)보다 땅볼(209개)이 많았지만, 올 시즌엔 뜬공(42개, 땅볼 36개)가 더 많다. 그는 "박경완 코치님이 선수 시절 홈런을 많이 치기 위해 본인이 연습했던 것을 많이 알려주셨다"고 고마워했다. 또한 "염경엽 감독님도, 이호준 타격 코치님도 곁에서 많이 도움을 주셔서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동원은 홈런뿐 아니라 장타율 부문에서도 1위(0.587)에 올라 있다. 타점은 3위(34개). 역대 LG 출신 타자 중 홈런왕에 오른 선수는 한 명도 없다. 박동원이 구단의 새 역사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홈런왕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박경완 코치님은 레전드고, 나는 솔직히 그 정도는 아니다. 코치님을 따라갈 수 없다고 이야기를 한다. 코치님 혼자 (내가 홈런왕이 되는 걸) 욕심 내고 있다"며 웃었다.정작 박동원은 포수로서 역할에 더 집중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홈런 기록보다 LG가 팀 평균자책점 1위(3.32)를 달리는 점에 더 만족한다. 그는 "내가 잘 치는 경기보다 점수를 안 주는 경기가 더 뿌듯하다"며 "투수들이 지금 잘 던지고 있어서 정말 좋다. 계속 잘 던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형석 기자 2023.05.30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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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1라운더' 김범석·'캔자스시티' 엄형찬, 이만수 홈런·포수상 수상

고교야구 최고의 포수로 활약했던 김범석(18·경남고)과 엄형찬(18·경기상고)이 올해 이만수 포수·홈런상의 주인공이 됐다.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이 운영하는 헐크파운데이션은 22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제6회 이만수 포수·홈런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 전 감독은 KBO리그 역대 최고의 포수로 꼽힌다. 1980~90년대 삼성 라이온즈의 주전 포수였던 그는 프로야구 1호 홈런, 최초의 100홈런, 최초의 타자 트리플 크라운 등 리그의 새로운 역사를 쓴 주인공이었다. 헐크파운데이션은 그런 이 감독의 이름을 따 지난 2017년부터 아마추어 선수를 대상으로 홈런과 포수 부문에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올해 홈런상 수상자는 경남고 포수 김범석이 뽑혔다. 올해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25경기 타율 0.337(83타수 28안타) 10홈런 31타점을 올린 김범석은 2022 KBO 드래프트에서 LG 트윈스에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지명된 바 있다. 고교야구가 나무 배트를 사용한 후 10홈런 이상을 기록한 건 김범석이 처음이다. 당시 차명석 LG 단장은 "김범석이라서 뽑았다. 한국야구의 대명사가 될 것"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김범석은 수상 후 "이만수 감독님처럼 좋은 포수가 돼 프로에서 홈런왕에 오르고, 골든글러브도 차지하고 싶다"고 소감을 남겼다. 한편 포수상 부문은 메이저리그(MLB)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계약한 엄형찬이 수상자로 뽑혔다. 엄형찬은 공수를 겸비한 포수로 평가받는다. 올해 타율 0.390(82타수 32안타) 3홈런 30타점으로 활약했다. 김범석과 함께 올해 드래프트 포수 최대어로 여겨졌지만, KBO리그 대신 미국 진출을 선택했다. 엄형찬은 아버지를 이은 프로야구 2세 선수기도 하다. 엄형찬의 부친인 엄종수 경기상고 배터리 코치 역시 포수 출신이다. 한화 이글스와 MLB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선수로 뛰었다. 엄형찬은 지난 7월 캔자스시티와 계약하며 부자가 모두 포수로 미국 무대에 진출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엄형찬은 수상 후 "미국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수상자 김범석과 엄형찬은 상금 100만원과 400만원 상당의 야구용품을 부상으로 받았다. 한편 올해 시상식으로 이만수 포수·홈런상 수상자는 총 12명으로 늘었다. 세광고 김형준(NC 다이노스), 신일고 김도환(삼성), 유신고 강현우(KT 위즈), 장안고 손성빈(롯데 자이언츠), 순천효천고 허인서(한화)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포수상을 받았다. 또 경남고 한동희(롯데), 천안북일고 변우혁(KIA 타이거즈), 야탑고 안인산(NC), 천안북일고 박찬혁(키움 히어로즈), 서울고 조세진(롯데)이 역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차례로 홈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수상 후 국외 리그에서 뛰는 건 엄형찬이 처음이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2.12.2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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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인터뷰] '신인상'만 4개... 정철원 “어떤 보직이든 최고 되고파”

상을 받느라 바쁜 연말을 보낸 정철원(23·두산 베어스)의 2022년이 마무리됐다. 올해 평균자책점 3.10 23홀드를 기록한 정철원은 지난 11월 17일 2022 한국야구위원회(KBO) 시상식을 시작으로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일구회 신인상 등 총 4개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정철원은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올해 열심히 했더니 좋은 상들을 받게 됐다. 시상식에서 훌륭하신 선배님들과 친구들도 만나 정말 기분 좋았다. 내년 잘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며 "작년 이맘때만 해도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올해 김태형 전 감독님이 기회를 많이 주셨다. 중요한 순간에 많이 올려주신 덕분에 좋은 기록이 따라왔다"며 "그래도 팀 성적이 좋지 못해 아쉽다. 신인왕도 좋지만, 가을야구를 했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크다"고 돌아봤다. 마운드에서 내려오면 정철원은 달변가로 변신한다. 수상 소감을 따로 준비하지 않는 편이지만,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에서는 즉석에서 조아제약 제품을 언급하는 센스도 보여줬다. 그는 “소감을 말할 때가 경기장에서 인터뷰할 때보다 더 긴장됐다. 원래 말하는 걸 좋아하는데 너무 떨려서 말을 제대로 못 한 게 아쉽다"며 "프로야구대상 때는 마침 제품이 보여 대답했다"며 웃었다. 특유의 노련한 멘털은 마운드 위에서도 마찬가지다. 신인왕에 오른 건 시속 148.8㎞(스포츠투아이 기준)의 ‘대포알 직구’ 덕분이지만, 도망가지 않고 이를 꽂아 넣는 자신감도 그의 강력한 무기다. 멘털 관리 비결을 묻자 그는 "야구는 어릴 때부터 해온 일이다. 프로라고 겁먹지 않고 똑같이 했다"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다. 실제로는 위기도 많았다. 정철원은 "솔직히 고비가 많았다. 첫 시즌이다 보니 시즌 중 내 공을 믿지 못하고, 정면승부 대신 변화구를 던지며 피하다가 위기를 맞기도 했다"며 "그때마다 주변 사람들이 참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줬다. 친구인 곽빈과는 서로 '구위 좋으니 과감하게 던지자'라고 한다. 주장 김재환 형, 포수 박세혁 형(NC 다이노스 이적), 동갑인 이재원(LG 트윈스) 등 좋은 조언을 해준 사람들이 많다”고 공을 돌렸다. 정철원의 다음 시즌 보직은 두산 팬들의 가장 큰 관심사다. 구위가 좋은 만큼 중간 투수로 끝나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다. 정철원은 “솔직히 선발 투수를 맡아도 자신 있다. 지금 같은 필승조나 마무리 투수도 좋다”며 "난 야구를 좋아하고, 투수를 잘해서 하고 있다. 보직까지 생각하는 건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철원은 한 가지에 집중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뭘 하더라도 한 가지를 잘해서 최고가 되고 싶다”며 “시상식을 다니는 동안 고우석(LG) 형이 정말 멋있어 보였다"고 했다. 정철원보다 한 살 연상인 고우석은 2019년부터 LG의 수호신으로 활약 중이다. 올 시즌 평균자책점 1.48과 42세이브를 기록해 세이브왕, 프로야구대상 최고구원투수상, 일구회 최고투수상 등을 수상했다. 정철원은 "마무리 투수를 한다면 우석 형처럼 팀을 대표하는 구원 투수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2.12.15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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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시상식 대상 4관왕...이대호는 '올해의 타자' 수상

키움 이정후(24)가 2022년 최고의 선수로 다시 한번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이정후는 8일 서울 강남구 엘리에나호텔 임페리얼홀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에서 대상인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 '올해의 상'은 스포츠서울이 제정하고 한국야구위원회(KBO), 국민체육진흥공단, 스포츠토토코리아, 브래비티 등이 후원한다. 1986년부터 시작된, 국내 언론 야구 시상식 가운데 최고의 전통과 권위를 자랑한다. 이정후는 올시즌 142경기, 193안타, 타율 0.349, 23홈런 113타점, 출루율 0.421, 장타율 0.575, OPS 0.996을 생산했다. 리그 타격.안타.타점.출루율.장타율까지 5관왕을 차지했다. 홈런까지 비약적으로 늘어나면서 공동 5위에 자리했다. 중견수 수비에서도 최정상급 기량을 뽐냈다. 그야말로 리그 최고의 타자로 우뚝 섰다. 덕분에 키움도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이정후는 "이 자리를 만들어주신 스포츠서울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하다.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내년에도 좋은 성적을 거둬 이 상을 수상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다치지만 않으면 올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할 것이라 믿기에 다음 시즌에도 부상 없이 시즌을 치르려 한다. 올시즌보다 더 잘하겠다.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남겼다. 이어 "프로에 와서 더 행복하고 좋았던 것이, 아버지 이름을 떼고 내 이름으로 야구를 하고 평가를 받았다. 그게 좋더라. 매일 벌어지는 일들이 꿈같고 행복했다. 학창시절 때는 나를 보는 시선들에 지고 싶지 않았다. 그 시선들이 저를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게 했다"고 강조했다. '올해의 투수'는 LG 고우석(24)이 차지했다. 올해 61경기에서 60.2이닝을 소화하며 4승 2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1.48을 찍었다. 리그 유일의 40세이브 투수다. 당연히 순위도 1위. LG 구단 역대 최다 세이브 신기록도 작성했다. 고우석이 뒷문을 단단히 지킨 덕분에 LG도 정규리그 2위에 오를 수 있었다. 고우석은 "올해의 투수상을 받게끔 도와준 감독님, 팀 동료들께 고맙다. 내년에도 투수상을 받고 싶다. 우리 팀원들 모두 우승에 대한 열망이 컸다. 그러나 우리만 노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느낀 시즌이다. 내년 더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과 각오를 밝혔다. 이어 "세이브라는 것이 혼자만 이뤄낼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을 알고 있다. 감독님, 코치님들께 감사하다. 올시즌 건강하게 시즌 치를 수 있게 도와주신 트레이닝 코치님께 감사하다. 매년 달라지겠다고 말했는데, 시즌 끝나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항상 야구장을 많이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올해의 타자'는 은퇴 시즌에도 맹타를 휘두른 롯데 이대호(40)다. 142경기, 179안타, 타율 0.331, 23홈런 101타점, 출루율 0.379, 장타율 0.502, OPS 0.881을 작성했다. 만 40세 타자가 3할-20홈런-100타점을 만들었다. 2016년 이승엽 외에 이대호 뿐이다. 시즌 후 성대한 은퇴식을 치르며 영원한 롯데의 4번 타자로 남았다. 이대호는 "올해 나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낸 후배들이 많은데 좋은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떠나는 데 좋은 상을 받고 떠나 기쁘다. 야구는 떠나지만, 최강야구를 하며 아마추어 야구까지 신경 쓰며 한국야구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기대하겠다"고 소감을 남겼다. 또한 "마지막이니 팬들이 많이 찾아와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 덕분에 없던 힘도 생겼다. 4번 타자로 살아왔다. 4번 타자는 야구에서는 가장 잘 치는 타자 아닌가. 조선의 4번 타자로 불러주셔서 감사하다. 마지막까지 그렇게 불러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재차 표했다. '올해의 감독'은 SSG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이끈 김원형 감독이 수상했다. '올해의 신인'은 혜성처럼 등장해 두산의 필승조로 자리를 잡은 정철원이, '올해의 수비'는 SSG의 '작은 짐승' 최지훈이 선정됐다. 삼성의 타선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 박한이 코치가 '올해의 코치'로 선정됐고, 동남아 야구 전파에 힘을 쏟고 있는 헐크파운데이션 이만수 이사장이 '올해의 공로상'을 받았다. 이번 '2022 프로야구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은 '올해의 선수'를 포함해 총 15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배출했다. 안희수 기자 ◇2022 프로야구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수상자 ▲올해의 선수=이정후(키움) ▲올해의 투수=고우석(LG) ▲올해의 타자=이대호(롯데) ▲올해의 감독=김원형(SSG) ▲올해의 신인=정철원(두산) ▲올해의 기록=양현종(KIA) ▲올해의 성취=박병호(KT) ▲올해의 재기=구창모(NC) ▲올해의 수비=최지훈(SSG) ▲올해의 프런트=SSG 마케팅팀 ▲올해의 코치=박한이(삼성) ▲올해의 아마추어=김서현(서울고) ▲올해의 특별상=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올해의 공로상=이만수 이사장(헐크파운데이션) ▲올해의 공헌상=정용진 구단주(SSG) 2022.12.0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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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제약 시상식] '대포알 직구' 정철원, 신인상 수상

두산 베어스 정철원(24)이 '2022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신인상을 받았다. 순수 신인이 아닌 중고 신인이 이 상을 수상한 건 2016년 신재영 이후 처음이다. 정철원은 올 시즌 58경기에서 4승 3패 3세이브 23홀드 평균자책점 3.10을 기록했다. 안산공고를 졸업한 그는 지난 2018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로 두산에 입단했지만, '왕조'로 불리던 당시 두산 1군에는 자리가 없었다. 그는 육군 포병으로 병역을 마치고 지난해 두산에 돌아와 올해 5월 1일 1군 데뷔전을 치렀다. 정철원은 불펜이 약해진 두산에서 셋업맨과 마무리를 오가며 팀 승리를 지켜냈다. 홀드 23개는 데뷔 시즌 기준 KBO리그 역대 1위 기록이다. 정철원은 앞서 한국야구위원회(KBO) 시상식에서도 신인왕을 수상했다. '대포알' 강속구가 빛을 발했다. 올 시즌 직구 평균 시속 148.8㎞를 기록했다. 직구를 500구 이상 던진 국내 투수 중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시속 152.6㎞)과 고우석(LG 트윈스·시속 152.5㎞)에 이은 3위 기록이다. 정철원은 수상 후 "내년에도 조아제약 제품을 잘 먹고 건강히 잘 던져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내년 시즌 선발·중간·마무리 투수 중 어떤 보직에서도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다. 보직에 대한 욕심은 따로 없다"면서도 이승엽 두산 감독을 향해 "감독님, 마무리 투수 하고 싶습니다"라고 당돌하게 말했다. 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2.12.01 15:54
프로야구

[KBO리그 40년 The moment] 이종도 만루포로 시작해 김유동 만루포로 끝난 1982년

한국 프로야구가 올해로 출범 40주년을 맞이했다. 1969년 창간한 일간스포츠는 1982년 프로야구 태동을 현장에서 지켜본 국내 유일의 스포츠 전문지다. 강산이 네 번 바뀌는 동안 한해도 빠짐없이 프로야구의 성장과 변화 과정을 기록했다. 이 기간 여러 구단의 희비가 엇갈렸고 수많은 별이 뜨고 졌다. 일간스포츠는 프로야구 원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KBO리그 역사를 사진으로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한다. ① 프로야구 창립 총회 1981년 12월 11일 서울 중구 소공동 한 호텔에서 프로야구 출범을 알리는 창립총회가 열렸다. 1982년 1월 15일 대전·충청 연고로 OB 베어스가 가장 먼저 창단했고, 1월 26일 MBC 청룡이 서울 연고로 깃발을 올렸다. 1월 30일과 2월 3일에는 해태 타이거즈(광주·전라)와 삼성 라이온즈(대구·경북), 2월 5일과 12일에는 삼미 슈퍼스타즈(인천·경기·강원)와 롯데 자이언츠(부산·경남)가 차례로 창단, 6개 구단이 베일을 벗었다. ② 프로야구 전두환 전 대통령 시구 1982년 3월 27일 오후 2시 24분. 서울운동장(동대문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개막전 시구자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나섰다. 시포는 MBC 포수 유승안이 맡았다.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시구가 끝난 뒤 유승안이 공을 전달하기 위해 마운드로 향하자 경호원들이 깜짝 놀라 유승안을 몸으로 막아섰다. ③ 이만수 역사상 첫 홈런 리그 첫 홈런의 주인공은 삼성 이만수였다. 개막전 5회 MBC 유종겸을 상대로 짜릿한 손맛을 본 이만수는 앞서 1회에는 리그 첫 안타와 타점을 기록하는 등 말 그대로 '개막전의 사나이'였다. 그는 "안타도 좋았지만, 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돌 때의 그 기분을 잊을 수 없다. 펄쩍펄쩍 뛰면서 지금은 돌아가신 서영무 감독님을 안고 들어왔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④ 이종도 끝내기 만루 홈런 개막전의 진짜 주인공은 4안타를 때린 정구왕(삼성)도 4타점을 올린 유승안도 아니었다. 삼성은 초반 5-0으로 크게 앞서 손쉽게 승리를 따내는 듯했다. 그러나 7-4로 앞선 7회 말 유승안에게 동점 스리런 홈런을 맞고 승부가 연장으로 흘렀다. 7-7로 팽팽하게 맞선 연장 10회 말 이선희를 상대로 끝내기 만루 홈런을 때려낸 이종도가 마지막에 웃었다. 이날 그의 기록은 5타수 3안타(1홈런) 5타점이었다. ⑤오대석 사이클링 히트 6월 12일 오대석(삼성)은 프로야구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부산에서 열린 삼미전에서 1회 3루타, 3회 2루타, 5회 단타에 이어 6회 삼미 투수 한상연으로부터 투런 홈런을 기록했다. KBO리그 사상 첫 사이클링 히트(히트 포 더 사이클)였다. 역대 두 번째 사이클링 히트는 5년 뒤인 1987년 8월 이강돈(빙그레 이글스)이 해냈다. 지금까지 이 기록은 총 29번 달성됐다. ⑥ 부산 올스타전 개최 프로야구 원년 올스타전은 지역을 옮겨가며 세 차례 열렸다. 1차전이 열린 곳은 부산이었다. 구덕야구장이 조명 시설을 완비하면서 부산의 첫 야간경기로 7월 1일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치러졌다. 2차전은 광주, 3차전은 서울에서 개최됐다. 초대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는 김용희(롯데)였다. ⑦ 김유동의 한국시리즈 만루포 프로야구 원년 한국시리즈는 전기리그 우승팀 OB와 후기리그 우승팀 삼성의 맞대결이었다. 길었던 시리즈에 마침표가 찍힌 건 6차전 9회 초 2사 만루였다. 4-3으로 앞서던 OB는 김유동이 짜릿한 만루 홈런으로 우승 트로피를 가져갔다.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린 김유동은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⑧ '4할 타자' 백인천 프로야구 원년 최고의 타자는 MBC 백인천이었다. 71경기에 출전해 타율 0.412(250타수 103안타)를 기록했다. 1994년 이종범(당시 해태)이 104경기까지 4할 타율을 유지, 백인천의 기록에 근접했지만 타율 0.393로 시즌을 마쳤다. 이후 4할 타자는 나오지 않았다. ⑨ '불사조' 박철순 원년 마운드의 주인공은 ‘불사조’ 박철순이었다. 36경기에 등판해 무려 24승을 쓸어담았다. 완투 15회, 완봉 2회, 세이브까지 7개를 올리면서 OB 마운드를 이끌었다. 이후 연이은 부상 탓에 박철순은 이후로 한 번도 시즌 10승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불사조처럼 돌아와 1996년까지 투혼을 불살랐다. ⑩ 행크 애런 내한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전설적인 홈런왕 애런은 1982년 8월에는 삼성의 초청으로 방한했다. 이어 10월에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산하 마이너리그팀을 이끌고 다시 한국을 찾았다. 애런은 선수들에게 타격 기술을 지도했고, 구단 관계자에게는 리그 운영 팁을 건네기도 했다. 배중현 기자 사진=한국프로야구 20년사·30년사, IS 포토 2022.09.08 09:00
야구

이만수 전 감독, 비비컨설츠와 의기투합해 고교 마운드 탈바꿈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에게 든든한 후원자가 생겼다. 19일 이만수 전 감독이 이사장을 맡은 비영리재단 헐크파운데이션 측에 따르면 비비컨설츠 이태건 대표와 의기투합해 제주고 마운드를 탈바꿈했다. 비비컨설츠는 메이저리그 구장의 인프라를 국내에 들여와 시공하는 전문업체로 현재 삼성 라이온즈 그라운드 관리를 맡고 있다. 이만수 전 감독은 "그동안 국내 고교 야구 재능기부를 다니면서 야구장 인프라가 열악한 곳을 자주 봤다. 특히 경기력과 바로 연결되는 그라운드 사정이 좋지 않은 곳이 많았는데 야구 선배로서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태건 대표가 국내 고교 야구팀 중에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투수 마운드를 프로처럼 제작해 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첫 번째 후원으로 제주고 야구부를 찾았다"며 "프로야구 마운드와 동일하게 시공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재현 제주고 감독은 "이번에 시공된 마운드 덕분에 선수들의 부상 위험이 많이 줄었다. 이만수 감독님과 비비컨설츠 측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만수 전 감독과 이태건 대표는 올 한해 이 전 감독의 국내 재능기부 활동 시 마운드 시공이 필요한 학교에 도움을 주며 학생 야구발전을 위해 함께 뛰기로 했다. 이 전 감독은 "프로야구의 근간이 되는 고교야구에 조건 없는 후원을 연결해 줄 수 있어서 선배로서 너무 감사하다"며 "나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었던 일들을 그동안 이런 분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오게 됐다. 앞으로도 내 안에 힘이 샘 솟을 때까지 국내 야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2.01.19 16:17
야구

[프로야구 40주년 올스타①] '타격의 교과서' 장효조

일간스포츠 선정 프로야구 40주년 올스타 외야수 한 자리는 '타격의 교과서' 장효조의 몫이었다. 장효조는 20대부터 50대까지 세대별 야구인 10명씩 총 40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26표를 받아 외야수 최다 득표자로 선정됐다. 외야수는 후보(15명)가 많아 표가 분산됐지만, 장효조는 선·후배들의 고른 지지를 받았다. 그 결과 치열한 경쟁을 뚫고 양준혁(22표) 박재홍(20표)과 함께 '외야수 베스트 3'에 이름을 올렸다. 이종열 SBS 해설위원은 "공격력 면에서 최고의 외야수였다. 장효조 선배님을 보면서 타격을 연구한 선수들이 많았다"며 "어떤 상황에서든 배트 중심에 맞힐 수 있는 선수"라고 떠올렸다. 정경배 SSG 랜더스 코치는 "장효조 선배의 통산 타율은 현역 선수들의 기록보다 그 가치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며 "장효조 선배가 같은 선수가 또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경기 스포티비 해설위원과 윤동균 일구회 회장을 비롯한 그와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던 선수 대부분이 프로야구 40주년 올스타로 장효조를 빼먹지 않았다. 이유는 하나같이 비슷했다. "앞으로 나오기 힘든 타자"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장효조는 프로야구 역사에 이름을 새긴 전설이다. 1975년 한양대에 진학해 1학년 때 태극마크를 달았다. 2학년 때는 실업팀도 출전한 백호기 대회에서 타율 0.714(14타수 10안타)로 타격왕에 오른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대학 졸업 뒤 포항제철과 경리단에서 활약한 그는 1983년 1차 3순위 지명으로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었다.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 나가는 바람에 프로 입단이 1년 늦어졌다. "프로 적응은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타석에서 날아다녔다. 첫 시즌 타율이 0.369(317타수 117안타)로 김종모(0.350)와 김성한(0.327·이상 당시 해태 타이거즈)에 앞선 리그 전체 1위였다. 그해 5월에는 8연타석 안타를 때려내며 잠시 4할 타율을 유지하기도 했다. 아쉽게 신인왕과는 인연이 없었다. 실업야구 최고의 타자였던 만큼 '중고 신인'이라는 이유로 박종훈(당시 OB 베어스)과의 경쟁에서 밀렸다. 하지만 1년 먼저 프로 데뷔한 선배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며 "역시 장효조"라는 소릴 들었다. 장효조의 타격에는 기복이 없었다. 데뷔 후 7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다. 1985년부터 3년 연속 타격왕을 놓치지 않았다. 3년 연속 타격왕은 KBO리그 역사상 그가 유일하다. 1987년 기록한 타율 0.387은 1982년 백인천(0.412) 1994년 이종범(0.393)에 이은 역대 3위 기록. 타격만 잘하는 건 아니었다. 1983년과 1986년에는 볼넷 전체 1위이기도 했다. "장효조가 치지 않은 공을 볼이다", "장효조는 배트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을 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탁월한 선구안과 정교한 타격이 트레이드마크였다. 공을 몸에 붙여 그라운드 구석구석 타구를 날리는 '부챗살 타법'은 그를 대표하는 무기였다. 키가 174㎝로 크지 않았지만 지독한 훈련으로 불리한 신체조건을 극복했다. 동료들이 인정한 연습벌레였다. 장효조는 1988년까지 삼성에서 활약하다가 1989년 트레이드로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프로 데뷔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1992년을 끝으로 은퇴했다. 1991년 개인 통산 6번째 출루율 1위에 오를 만큼 기량은 녹슬지 않았다. 하지만 이듬해 뜻밖에 부진(82경기 타율 0.265)에 빠졌고 팀 내 입지마저 좁아지자 미련 없이 그라운드를 떠났다. 장효조가 남긴 발자취는 뚜렷하다. 그의 통산 타율은 0.331로 최소 3000타석 이상 소화한 KBO리그 타자 중 역대 1위다. 손아섭(롯데 자이언츠·통산 타율 0.324) 김현수(LG 트윈스·통산 타율 0.319) 박민우(NC 다이노스·통산 타율 0.326)를 비롯해 쟁쟁한 후배들이 그의 아성에 도전했지만, 아직 역부족이다. 그뿐만 아니라 장효조는 삼성 타자로는 역대 두 번째로 1987년 최우수선수(MVP)에 뽑혔고 1983년부터 무려 5년 연속 외야수 부분 골든글러브를 받기도 했다. 말 그대로 1980년대를 풍미한 프로야구 간판이었다. 은퇴 후에는 삼성 2군 감독과 타격 코치 등을 역임하며 유망주 양성에 힘썼다. 하지만 2011년 9월 병환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그해 신인왕에 오른 배영섭(당시 삼성)은 수상 후 "장효조 감독님 덕분에 이런 성적을 낼 수 있었다. 타격폼을 많이 잡아주셨다. 지금 계시지 않아 속상할 따름"이라고 말해 강한 울림을 주기도 했다. 장효조는 2011년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프로야구 30주년을 기념해 진행한 레전드 올스타 투표에도 당당하게 외야 한 자리를 꿰찼다. 시간이 흘렀어도 아직 많은 선수가 그를 기억한다. 박경수(KT 위즈)는 "학생 때 나를 지도해주신 많은 분이 늘 장효조 선배님을 언급하며 '너무 잘 치는 타자'라고 하셨다. 발도 빠르셨다고 들었다"고 떠올렸다. 김혜성(키움 히어로즈)도 "'타격 기계'라는 별명처럼 뛰어난 타자다. 선구안도 좋다고 들었다"며 프로야구 40주년 올스타로 그에게 표를 던졌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2.01.06 08:00
야구

첫 수상, 10표 차 박빙, 최다 배출…숫자로 보는 감동의 골든글러브

KBO리그 한 해를 마무리하는 2021 골든글러브는 감동의 이야기가 넘쳐났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황금 장갑을 안겼고, 감격스러운 수상 소감도 있었다. 1 구자욱(삼성 라이온즈)과 홍창기(LG 트윈스·이상 외야수),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유격수), 정은원(한화 이글스·2루수), 아리엘 미란다(두산 베어스·투수)가 데뷔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입단 10년 만에 황금 장갑을 품에 안은 구자욱은 "20년 전 야구를 시작했던 어린 소년에게 오늘에서야 이 상을 안겨주게 됐다. 오늘은 내게 가장 행복한 밤이다”라고 기뻐했다. 팀 선배 강민호는 “내가 울 뻔했다. (구)자욱이 이름이 불리자마자 손을 꼭 잡아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구자욱은 등번호 변경이 뒷이야기도 공개했다. 그는 2020시즌을 앞두고 등번호를 65번에서 5번으로 교체했는데 "(2017~19년) 김한수 전 감독님이 계실 때 너무 안 좋은 모습을 보여 죄송한 마음이 컸다. 감독님이 자리에서 물러나신 후 식사했는데, 그때 눈물을 쏟으며 감독님 선수 시절 번호(5번)를 달고 뛰어도 되냐고 여쭤봤다"라고 전했다. 4 이정후(키움 히어로즈)가 4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2017년 신인상을 받은 이정후는 입단 2년차부터 황금 장갑을 수집하고 있다. 현역 최다 연속 수상자가 됐고, 역대로는 공동 6위에 해당한다. 다음 시즌 5년 연속 수상하게 되면 이만수와 장효조, 김성한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특히 이번 시상식에서 외야수 부문 시상자로 나선 이종범 코치(LG)로부터 상을 직접 받아 의미가 더욱 컸다. 이정후는 "아버지는 내가 어렸을 때 야구에 관한 개입을 하지 않으셨다. 내 야구를 존중해주신 것"이라며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내 골든글러브를 더 좋아하시는 것 같다"라며 웃었다. 7 최정(SSG 랜더스·3루수)과 양의지(NC 다이노스·지명타자)가 개인 통산 7번째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이로써 역대 최다 수상 공동 4위로 이름을 올려놓았다. 이승엽이 10회로 가장 많고 그다음 한대화와 양준혁이 각각 8회 수상했다. 먼저 포수 부문에서 수상한 강민호가 "양의지라는 최고의 포수가 있었기에 지금의 자리에서 안주하지 않고 노력했다"라고 하자, 강민호는 "내년엔 포수로 다시 돌아가 형과 멋지게 경쟁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10 외야수 부문 수상자 구자욱(143표)과 4위 전준우(133표·롯데 자이언츠)의 득표 격차는 불과 10표에 불과했다. 올해 최소 득교 차로 가장 치열한 경합이었다. 역대 수상자와 차점자의 최소 득표차는 2표로, 역대 4차례나 있었다. 그다음 4표(1회)·6표(1회)·7표(3회)·8표(2회)가 있었고, 10표 차는 세 차례 있었다. 69 프로야구 원년 구단인 삼성이 역대 골든글러브 수상자 최다 배출 구단으로 올라섰다. 올해 골든글러브 후보에 가장 많은 12명의 후보가 이름을 올린 삼성은 구자욱과 강민호가 황금 장갑을 품에 안아 총 69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지난해까지 68명이었던 KIA 타이거즈(전신 해태 포함)는 올해 롯데와 함께 빈손에 그쳤다. 278 강백호(KT 위즈)는 1루수 부문 유효표 304표 중 278표를 얻어 2021년 골든글로브 최다 득표율(91.4%)을 기록했다. 2위는 이정후(86.5%)였다. 강백호는 타율 3위(0.347) 최다안타 2위(179개) 타점 공동 2위(102개)로 KT의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강백호는 "최다 득표를 해 정말 영광이다. 골든글러브에 누가 되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며 "어릴 때부터 이승엽 선배를 존경했다. 선배님처럼 열 번 골든글러브를 받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형석 기자 2021.12.1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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